글
농업이 제조업이 될 수 있을까 2편
안녕하세요 댕댕이 입니다.
전글에 이어서 연달아서 포스팅 하겠습니다. 브런치 에코타운님의 글을 가져온것입니다.
3. 트렌드를 만드는 청년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시설 재배와 대규모 축산농가를 제외한 대부분 농업 현장에서는 아직도 제조업이란 개념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따라서 일반 논 밭작물 재배분야에서는 미국처럼 혁신적인 농업서비스가 제공되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방제용 드론이 노촌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대체 농기계 수준에 머물러 있고, 외국처럼 관측 장비로서의 역할은 아직 제한적이다.
한때 식물공장이라는 개념에 대해 열광했던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설하우스는 여전히 백색혁명 시대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파프리카와 토마토 등 대규모 시설재배 농가에서는 자동화 시설과 스마트 제어 기술이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접목로봇과 방제로봇, 무인 이동차 등 무인재배 기술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가 한때 농업의 미래라고 상상했던 그 식물 공장으로 조금씩 진화하는 중이다.
축산분야에서도 로봇착유기가 네덜란드로부터 도입된 후 국산화 되었고, 자동급이로봇 등 자동화 장비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충남 홍성에 자리잡은 성우 농장은 새롭게 신축하는 축사에 클라우드 기반의 빅데이터 수집 시스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일만 두를 넘게 생산하는 비육돈 전용 돼지 농장의 운영 인력은 불과 2~3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인화 농장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같은 고용절벽 시대에 과연 바람직할까? 안타깝게도 돼지농장에서 일할 젋은이들이 없다는 농장주의 한탄도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반면에 청년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데 더 큰 재능을 보이고 있다. 농업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한다. 기술과 자본 축적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첨단 자동화 농장보다는 농업을 새롭게 해석하고 소비지상의 트렌드를 만드는 일에 집집중한다. 그 중 몇개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가. 록야
꼬마 감자라는 아이템으로 제1회 농식품 벤처창업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팀이다. 록야는 감자 씨앗을 감자재배 농가들에게 공급하고 농가들이 생산한 감자를 수매한 후 식품업체에 납품하는것을 기본적인 비지니스 모델로 한다. 2016년에는 연매출액은 60억원이 넘었고, 올해는 13명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록야는 감자 생산의 전 과정에 대해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고 전국 각지의 우수한 가공용 감자 계약재배농가를 보유함으로 고품질의 감자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벼 육묘장을 활용한 꼬마감자 재배 기술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한 입에 먹는 작은 감자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를 비용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만들어 가고 있다.
나. 에코맘
아기들을 위한 유기농 이유식을 만드는 회사이다. 소설 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경남 하동 평사리 들판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에코맘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과 해산물을 이용해 이유식을 만든다. 이 회사의 특징은 지역의 농업인들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을 원료로 도시민들이 소비하는 제품, 즉 이유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선하고 안전한 지역 농산물로 만든 이유식, 영유아 반찬, 간식 등 유아식품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 도시와 동떨어진 농촌에 자리를 잡았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일단 의아하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에코맘은 그런런 우려를 말끔히 날려 버렸다. 더군다나 저녁에 생산해 다음날까지 이유식을 집으로 배송한다. 우리나라의 효율적인 택배시스템과 새롭게 개발한 이유식 포장재 덕분에 가능해졌다.
젊은 인력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불식시켰다. 전원에서 생활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은 많다. 2015년에 18명이던 직원은 2017년에는 33명으로 늘어났고, 설립 5년만에 매출은 15억원으로 늘어났다. 벤처캐피털로 부터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사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사업 모델을 성공시켰다는 것 이외에도 에코맘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에코맘이 성장할수록 혜택을 받는 지역 농가들이 늘어나고, 소멸해가는 농촌의 인구도 증가한다. 지자체별로 마많은 예산을 들여도 성과가 잘나지 않던 일을 작은 기업이 해나가고 있다.
다. 정육각
카이스트 출신 청년들이 돼지고기 유통에 뛰어들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육각은 이미 레드오션인 돼지고기 유통에 뛰어들면서 초신선육이라는 카테고리를 새롭게 만들었다. 보통 대형마트에서 냉장육은 진공포장 상태로 7~45일동안 판매 된다. 반면에 정육각은 도축 후 1~4일 이내 고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비지니스 모델로 잡았다.
돼지고기 유통이라고는 모르는 청년들이 과연 도축부터 복잡한 유통단계에 걸리는 시간과 어느 정도 숙성되어야 맛이 난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드릴 수 있을까? 사실 많은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이를 위해 정육각은 돼지고기 유통에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과감하게 줄였다. 도축단계 1-2일, 이후 3일 정도 영하 4 ~ 0 사이에서 안정화를 시키는데, 정육각은 이과정을 생략했다. 안정화 단계가 사라지면서 돼지고기를 깔끔하게 자르지는 못하지만, 더 빠르게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공대생들 답게 공장자동화를 통해 인건비 비중을 매출 대비 10%까지 낮추었고(기존은 30% 수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주문과 상품 준비, 배송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했다.
소비자들은 초신선육에 반응할까? 일반적으로는 고기는 숙성을 시켜야 더 맛있다는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 어쨌든 그들은 숨어 있는 수요를 새로이 발굴하고 돼지고기 유통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정육각은 유명엔젤투자가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또 주변의 여러 멘토들로부터 소량 주문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를 도축해 줄 도축업체를 소개받는 등 잘 갖추어진 벤처지원 인프라도 적절히 활용했다. 과연 돼지고기 유통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4. 마치면서
여러 미래학자들이 예측했듯이 농업의 미래를 상상해본다면 스마트 팜이 빠질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좀더 심하게 농업의 미래를 상상할 때 스마트 팜을 먼저 떠올린다. 파프리카, 오이, 토마토 등 과채류를 재배하고 있는 대규모 유리온실은 기본적인 환경제어 시설이 함께 설치된ㄷ.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타이머에 의한 작동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 자동으로 제어되는 스마트 온실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발 빠르게 스마트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KIST가 중심이 된 연구팀은 강릉에서 300억원 규모의 첨단 스마트팜 실증 R&D를 추진중에 있고,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는 스마트팜을 위한 시설, 기자재 검증 기준을 마련하고 검인증 체계를 설치 중에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미국이나 싱가포르의 예에서처럼 대규모 에어로팜과 같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를 찾아보긴 힘들다. 아직 컨테이너를 활용한 기술시연 수준에서 머물고 있고, 도시 농업도 아직은 옥상 텃밭 정도의 개념에서 멈추고 있다. 정밀 농업은 오랜 R&D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본격적인 현장 적용 단계로 나가진 못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성을 충족하고 있지 못하는게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렇지만 소비자 농업 측면에서는 일부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 정육각과 에코맘의 사례에서 보듯이 소비자의 숨은 기호를 찾아 신기술을 접목한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유명 셰프와 일부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까다로운 소비자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데, 이런 경향이 심화될 수록 소비자 농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새롭게 농업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회사는 대부분 스타트업들이다. 존디어처럼 기존 기업도 새로운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 역시 농업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다. 그렇지만 외국의 농식품 벤처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ICT나 바이오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은 그리 많지 않다. 더군다나 미래 농업기술의 가장 핵심이 될 소프웨어 전문 기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는 농업분야에 남은 숙제이다.
또 하나 극복해야 할 과제는 규모의 경제성이다. 농업의 기술집약도가 높아지면서 초기 투자비용이 증가하고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구조는 어떻게 만들어 낼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대규모 투자가 집중된 시설농업에서는 수출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져갈 수 밖에 없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R&D 투자만큼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R&D 투자 효율성 역시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 역시 국내의 기술시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글로벌 관점에서 미래의 농업기술 발전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추세를 보면 명확히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농업의 미래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기술 그 자체보다는 그 기술이 가지는 시장규모의 확장과 소프트웨어 개발등 필수 인력의 유입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농업기술 투자의 규모화와 함꼐 시장 확보를 위한 글로벌 진출이 연계될 때 미래 트렌드로 부터 소외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농업 기관엣에서 야심차게 추진되고 있는 해외 농업 기술 테스트베드 사업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수출과 수입이라는 닫힌 구조의 관점이 아니라, 최소한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농업 가치사슬 확장이라는 전향적인 접근 방법이 미래에는 더 유효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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