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스타트업’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가상화폐 ‘젠코인’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둘러싼 이야기죠. 드라마 자체는 마이애미의 금융 사기범과 그를 뒤쫒는 FBI 요원, 젠코인을 개발한 스탠포드대 출신의 천재와 마이애미 갱스터 등의 이야기지만, 재미있는 건 그 소재였습니다.
젠코인은 은행 문턱을 밟을 수 없는 사람들도 대출을 받게 해주는 가상화폐로 등장합니다. 신용이 없는 사람에게 신용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얘기죠. 이런 것이 과연 가능한 얘기일까요?
‘가상화폐’의 세계에서는 가능합니다. 상대가 내게 돈을 갚을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상대방의 과거 거래내역을 통해 볼 수 있으니까요.
성실한데 가난해서 은행 문턱이 높았던 사람이라면 돈을 빌릴 수 있는 세상, 그것이 드라마 속 가상 화폐가 그리는 이상적인 세상입니다.
사실 우리는 몰랐을 겁니다.
가상화폐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지금 우리가 쓰는 화폐 체계가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겁니다.
또한 우리의 금융 시스템 또한 완벽하다고 여겼겠죠.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우리가 쓰는 돈이란 종교와도 같습니다. 가치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가치가 있다고 그저 믿을 뿐입니다. 누구도 화폐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대공황과 금본위제 같은 역사교과서 얘기를 해도 되겠지만 간단히 다음처럼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우리가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많이 하게 돼 경제 대국에게서 엄청난 돈을 벌어오고, 그들은 우리에게 수출을 거의 못했다고 가정해보면 됩니다. 큰 나라는 환율을 움직입니다. 이들은 자국 화폐를 무한대로 찍어내 통화가치를 낮추고 원화의 상대적인 가치를 높이며, 동시에 원화표시 제품의 가격도 높입니다.
이 때 우리가 만든 제품의 가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치가 아닙니다. 누군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가치이지요.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했지만 지금 우리가 살펴보려는 가상화폐는 이런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까지 단순화시키는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잠재력에 열광하고, 누군가는 이 잠재력이 가져올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의 시작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믿음의 역사
가상화폐의 역사를 알아봅니다
가상화폐의 시작은 1996년의 ‘이골드(E-Gold)’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골드는 일반적인 화폐처럼 환금성을 갖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금과 교환해 주는 것이었죠.
이 골드라는 동명의 회사가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가입자들은 실제 돈을 주고 금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있는 양의 이골드를 지급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이골드를 송금해 버리면, 미국 은행들이 평소 떼어가는 막대한 수수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적은 수수료로 송금을 마치게 됩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겁니다.
그래서 2006년이면 500만 명 이상의 가입자가 이골드 서비스를 쓰게 됩니다. 이 당시 이골드는 겨우 7100만 달러(약 800억 원)의 금을 보유한 상태에서 20억 달러(약 2조2500억 원)의 거래를 성공시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였죠.
하지만 이골드의 천하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화폐란 인류가 만들어 낸 거대한 환상이니까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종이 위에 숫자를 써놓고서는 이 숫자만큼의 재화나 용역을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이 바로 화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종이에 지금 내가 “1,000,000”이라는 숫자를 쓴 뒤 길에 나가서 다른 사람에게 “당신 휴대폰과 이 종이를 교환합시다”라고 말하면 제 정신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을 겁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라는 정부가 뒷받침하는 기관이 ‘화폐’라는 위조하기 힘든 형태의 종이를 인쇄해 찍어내면 사람들은 이걸 믿습니다.
이골드는 이런 불완전한 화폐 경제의 시대에 “금과 교환해 주겠다”는 약속만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그 때 누군가 이런 믿음을 이용하려 듭니다.
화폐의 역사는 언제나 위조의 역사이자, 사기의 역사였습니다.
최초의 가상화폐를 바라본 마피아들 또한 똑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가짜 이골드’를 만들 수는 없을까, 거래가 일어나지 않은 이골드 송금을 거래가 일어난 것처럼 속일 수는 없을까, 검은 돈 세탁에 이골드를 사용할 수는 없을까…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전부 일어났습니다.
사실 더 심했습니다. 인터넷으로 통용되는 가상화폐는 인터넷 상의 다른 정보들과 마찬가지로 국경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동유럽의 해커들이 이골드 시스템의 약점을 찾아내 달러를 빼돌리기 시작했고, 이골드는 물론 유사한 가상화폐 서비스들이 대거 돈 세탁에 이용되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자금 추적에 열을 올리던 미국 정부는 이골드와 리버티리저브 등 유명한 가상화폐 업체들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결국 강제로 해당 서비스를 폐업시키게 됩니다. 한 번 문을 닫고 휴지조각이 된 가상화폐는 제 가치를 복원할 길이 없게 됩니다. 화폐의 가장 중요한 작동 원리였던 ‘신뢰’가 깨어진 겁니다. 이렇게 가상화폐는 그저 일장춘몽이 되는 줄로 알았습니다.
싸이월드에서 사용하던 도토리,
리니지에서 사용하는 아데나 모두 가상화폐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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